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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크로니클 2화

──3년 전──
 

 신비학이 얘기하는 바에 의하면 이 세계에 바깥쪽에는 차원론의 정점에 해당하는 "힘"이

존재한다고 한다.

 모든 일의 발단이 되는 좌표. 그것이 모든 마술사의 비원인 『근원의 소용돌이』……만물

의 시작이자 종언.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신

의 자리이다.

 그 "세계의 바깥"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200년 전, 실행으로 옮긴 자들이 있었다.

 아마티, 무플박사, 우버트. 시작의 세 가문이라 불리는 그들이 시도한 것은 수많은 전

승에서 일컬어지는 『성배』의 재현이었다. 모든 소망을 실현시킨다는 성배의 소환을 기대

하며 세 가문의 마술사는 서로의 비술을 제공하고 드디어 "만능의 솥"인 성배를 현출(現出)

시켰다.

 ……하지만 그 성배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의 바람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마자 협력관계는 피로써 피를 씻는 전쟁으로 형태를 바꿨다.

 이것이 『성배전쟁』의 시작이다.

 이후 60년에 한 번의 주기로 성배는 그 옛날 소환되었던 극동의 땅『망갤』에 재래한

다. 그리고 성배는 그것을 손에 넣을 권한을 가진 자로서 7명의 마술사를 선발하여 그 방대

한 마력의 일부를 각각에게 나누어줘 『서번트』라 불리는 영령소환을 가능케 한다. 7인 중

그 누가 성배를 가지기에 적당한지 사투로써 결판을 내기 위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작가 가 받은 설명은 그런 내용이었다.

 「자네의 오른팔에 나타난 문양은 『영주』라 하는 것일세. 성배에게 선택 받은 증거. 서

번트를 통제하기 위해 주어진 성흔이지」

 거침이 없지만 잘 전해지는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하는 인물은 자신의 이름을 아마티 라고 밝혔다.

 호주 동부의 어딘가, 약간 높은 언덕 위 일등지에 세워진 산뜻한 빌라 방 한 켠에 지금

세 명의 남자가 안락의자에 앉아있었다.  작가, 우버트, 그리고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이 회담을 주선한 아마티……작가의 친아버지이다.

 근 80세가 다 되가는 아버지의 친구라 하기엔 우버트라는 특이한 로리콘은 너무 젊었

다. 나이는 육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분한 풍채와 관록이 배어있다. 듣자니 광주에서

도 오래된 명가를 이은 혈통으로 이 빌라도 그의 별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그가 처음 만나서 아무런 내색도 없이 자신을 『로리콘』라고 칭한 것이었다.

 로리콘이라는 말 그 자체는 별 기이할 것도 없다. 아마티도 또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변태
 였지만 그들 부자의 직분은 세간에 알려진 “변태”와는 크게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그들

부자가 속한 『망콘챗방』은 오덕들의 테두리 밖에 있는 기적이나 신비를 이단의 낙인과 함께

몰아내고 없애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피겨딸이라는 신모독행위를 감독하는 입장에 있다.

  마법사들은 마법사대로 결탁하여 『롸입문』이라 칭하는 자위집단을 조직하여 망콘챗방의 위

협에 대항하고 있다. 현재 양자간 협정이 체결되어 임시로 평온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본래

망콘챗방의 변태와 마법사가 한 자리에 모여 상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

다.

 아버지, 육수의 말에 의하면 우버트가는 마술사 일가면서도 오래 전부터 망콘챗방과도 연

고가 있었던 집안이라고 한다.

 오른 손등에 문양 상태로 떠오른 세 개의 멍을 작가가 눈치챈 것은 어젯밤이었다. 아버

지에게 의논하자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을 시드니까지 데리고 나와 이 젊은 마법

사를 만나게 했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우버트가 작가에게 들려준 얘기는 방금 전의 『성배전

쟁』비담에 관한 해설이었다. 작가의 손에 떠오른 멍의 의미……즉, 3년 후에 찾아올 4번

째 성배의 출현을 앞두고 작가도 또한 기적의 원망기(願望機)를 두고 쟁탈전을 벌일 권리

를 얻었다고 하는 사정.

 싸우라는 요청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다. 망콘챗방에서 아마티의 역할은 직접 현지에 가서

이단을 배제하는 것, 한마디로 떳떳한 전투원이다. 마법사를 상대로 생사를 거는 것은 그의

본분이라 해도 좋다. 오히려 문제인 것은 마법사들만의 항쟁인 성배전쟁에 총각딱지를 뗀 아마티

까지 “마법사”로서 참가해야 한다는 모순이다.

 「성배전쟁의 실태는 서번트를 사역마로서 사역하는 싸움일세.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환사로서 그 나름대로의 마법소양이 필요해지지. ……본래라면 성배가 서번트의 마스터로

서 택하는 7인은 모두 마법사였어야 하는데 말이야. 자네 같이 마법과 연이 없는 자가 이렇

게나 이른 시기에 성배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겠지」

 「성배가 사람을 선택하는 데 서열이 있습니까?」

 아직까지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 작가의 물음에 아마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얘기했던 『시작의 세 가문』——지금은 홍삼으로 이름을 바꾼 산삼 일가와 , 상도동가 그리고 우버트가를 잇는
   마법사들은 우선적으로 영주를 받을 수 있지. 한마디로

……」

 우버트는 오른손을 내밀어 그 손등에 새겨진 세 개의 문양을 가리켰다.

 「우버트가 에서는 이번 대의 당주인 내가 다음 싸움에 참가하네」

 그럼 이 남자는 이렇게나 친절하고 정중하게 작가를 선도하고서 머지않아 그와 창을 섞

을 생각인가?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지만 어쨌든 작가는 순서에 따라 질문해나가기로 했

다.

 「방금 전에 말씀하신 서번트라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영령을 소환해서 사역마로 삼

으라는 것은……」

 「믿기 힘든 얘기라는 것은 알지만 사실이야. 그것이 성배의 놀랄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

지」

 역사나 전승에 이름을 남긴 변태, 게이들의 전설, 사람들 사이에서 영구불변의 기억이 된

그들이 사후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제외돼 정령의 영역까지 승격된 것을 『영령』이라

한다. 그것은 마법사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사역마로 삼는 온갖 찌질이, 오덕의 부류와는 격

이 틀리다. 소위 신에 비견될만한 영격(靈格)의 존재다. 그 힘의 일부를 불러와 빌리는 정도

는 가능하다 해도 그들을 사역마로서 현계시켜 사역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성배의 힘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보구인

지 알 걸세. 서번트의 소환도 어디까지나 성배의 힘의 겨우 한 조각에 불과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기가 차다는 듯이 우버트는 깊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영령은 가까워 봐야 백 년 정도의 과거, 멀리는 신대의 태고부터 소환되네. 7인의 영령

은 각각 7인의 마스터를 따르며, 스스로 마스터를 수호하고, 적 마스터를 처치하네. ……온

갖 시대, 온갖 나라의 영웅이 현대에 되살아나 서로 패를 겨루고 죽이는 싸움. 그것이 망갤의 성배전쟁이야」

 「……그런 당치도 않은 일을 몇만 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벌이는 것입니까?」

 모든 마법사는 자신의 존재를 은닉하려 하는 것이 공통적인 이념이다. '정상'이 유일하게

공통의 원리로써 신봉되는 시대이니 당연한 태도일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망콘챗방도 결

코 그 존재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다.

 하지만 영령쯤 되고 보면 단 한 명이라도 대재앙을 불러올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 현신

이라 할 수 있는 서번트를 일곱이나 인간의 전쟁도구로써 격돌시킨다는 건……그것은 이미

대량학살병기를 사용한 전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대결은 비밀리에 행한다는 것이 암묵의 룰이야. 그것을 지키게 하려고 감독도 준

비되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작가의 아버지, 아마티가 이제 와서 끼어들었다.

 「60년 주기로 벌어지는 성배전쟁은 이번이 4회째. 이미 두 번째 싸운 시점에서 인터넷의

문명화가 시작됐으니까 말이지. 아무리 극동의 변방지역이라 해도 사람 눈을 신경 쓰지 않

고 대학살을 반복할 수는 없었어.

 거기에 세 번째 성배전쟁부터 우리 망콘챗방이 키워역을 파견하는 약속이 생겼지. 성배전

쟁에 의한 재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 존재를 은폐하면서 마법사들에겐 암투의 원칙을 준

수시키는 거지」

 「마법사의 투쟁에 망콘챗방이 심판을 맡는 것입니까?」

 「마법사들간의 투쟁이기에 더욱 그래야 해. 롸입문의 인간들은 아무래도 파벌의 굴레

에 휘말려 공정한 심판을 할 수 없어. 협회 녀석들도 외부의 권위에 기댈 수 밖에 없었지.

 게다가 애당초 발단이 성배의 이름을 쓴 보구라고 한다면 우리 망콘챗방도 잠자코 있을

수 없지. 그것이 성자의 피를 받은 진품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작가와 아마티는 두 부자 모두 서드플레이스라는 섹션에 몸담고 있다. 망콘챗방 안에서도

빅파이의 관리, 회수를 임무로 맡는 부이다. 성배라 불리는 비보는 다양한 민화나 설화에

나타나지만 그 중에서도 망콘챗방의 교의에 있어서 『성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난히 크다.

 「그런 사정으로 지난 세계대전의 혼란을 틈타 개최된 제3차 성배전쟁 때에도 아직 젊었

을 때의 내가 중대한 임무를 맡았지. 다음 싸움에도 내가 망갤의 땅에 가서 계속해서 너

희들의 싸움을 지켜보게 될 거다」

 아버지의 말에 작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망콘챗방의 키워역이라는 것은 공평을 기하기 위해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닙니

까?

 그 육친이 성배전쟁에 참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말이야. 뭐, 룰의 맹점이라고 해두지」

 고지식한 아버지치고는 드문 여운이 담긴 미소에 작가는 납득할 수 없었다.

 「아마티씨, 아드님을 곤란하게 하시면 안됩니다.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버트가 의미심장한 말로 노변태를 재촉했다.

 「흠, 그렇군요. ——작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모두 성배전쟁을 둘러싼 “겉으로 드러

난” 사정에 지나지 않아. 오늘 이렇게 너와 우버트씨를 만나게 한 이유는 달리 있단다」

 「……무슨 말씀이신지?」

 「사실 망갤에 나타나는 성배가 “성자의” 성유물과는 다른 것이라는 확증은 이미 굳어

진 지 오래야. 망갤의 성배전쟁에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상향(유토피아)

에 있는 만능의 솥의 카피에 불과할 뿐더러 마법사들만을 위한 보구일 뿐이야. 우리 망콘챗방과

는 아무런 연도 관계도 없는 물건이지」

 그럴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망콘챗방이 『감독역』같은 얌전한 역할에 만족할 리가

없지. “성유물”의 성배가 걸려있다면 망콘챗방은 휴전협정을 백지화하더라도 마법사들의 손에서

그것을 빼앗을 것이다.

 「성배가 본래 목적대로『근원의 소용돌이』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된다면 특

별히 우리 망콘챗방이 관여할 일은 아니야. 마법사들이 『근원』에 가지는 갈망은 특별히

우리 교의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기엔 망갤의 성배는 너무 강대해. 어찌 됐건 만능의

원망기니까. 바람직하지 않은 자들의 손에 넘어가면 어떤 재앙을 불러들일지 어떻게 알겠

어」

 「그럼 이단으로써 배제한다면——」

 「그건 또한 곤란해. 이 성배에 마법사들이 가지는 집착은 정상이 아니야. 정면에서 심문

하게 된다면 망콘챗방과의 충돌도 필연적이겠지. 그래선 희생이 너무 커.

 오히려 차선책으로써 망갤의 성배를 『바람직한 자』에게 맡길 방도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거야」

 「……그렇군요」

 작가도 이 회견의 진의를 서서히 알게 되었다. 어째서 아버지가  마법사인 우버트와 교류가 있었느냐 하는 것도.

 「우버트가는 옛날 조국이 오덕질을 탄압 받았던 시대부터 우리와 같은 교의를 관철한 역

사를 가졌어. 우버트군 본인 역시 그 사람됨을 보증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는 성배의 용

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우버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 다음 말을 이었다.

 「『근원』에의 도달. 우리 우버트가의 비원은 그 하나밖에 없네. 하지만——애석하게도

옛날 뜻을 같이 했던 상도동가와  산삼은 대를 거듭하면서 길을 잃고, 현재는 완전히 초심

을 잊고 있어. 더욱이 외부에서 불러온 4인의 마스터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어떤 비열한

욕망을 위해 성배를 노리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

 즉, 망콘챗방이 용인할 수 있는 성배의 주인은 우버트밖에 없다는 것일 것이

다. 드디어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이해했다.

「그럼 전 우버트씨를 승리시킬 목적으로 다음 성배전쟁에 참가하면 되는 것

입니까?」

 「그렇지」

 우버트는 이제야 겨우 입가에 미소 같은 것을 띠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자네와 난 성배를 두고 다투는 적으로서 행동하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는 수면 밑에서 함께 싸우며 힘을 합쳐 남은 5인의 마스터를 처치하고 섬멸하는 거야.

더욱 확실하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우버트의 말에 아마티 신부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성배전쟁에 의한 중립적

인 심판이라는 형태 그 자체가 웃기는 짓이다. 망콘챗방도 또한 독자적인 계획으로 이 성배전쟁

에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작가에게 옭고 그른 것은 없었다. 챗방의 의향이 명확하다면 한 사람의 대

행자로서 그저 충실하게 그 역할을 다할 뿐이다.

 「작가군, 자네는 파견이라는 형태로 망콘챗방에서 롸입문으로 전속해 내 사제가 되어

주어야겠네」

 이어서 사무적인 어투로 우버트는 얘기를 진행시켰다.

 「전속——입니까?」

 「이미 정식지령도 내려져 있다, 작가」

 우버트는 한 통의 서한을 꺼내며 말했다. 망콘챗방과 롸입문 연명으로 작가에게 보내는 통지였다.

재빠른 일처리에 작가는 놀람을 넘어서 기가 막혔다. 어제

오늘 사이에 잘도 이렇게까지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군.

 결국 마지막까지 작가의 의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지만 그다지 화가 날 이유도 없었다.

애당초 작가에겐 의지 따위는 없다.

 「당분간은 본가에서 금딸수련에 매진하게 될 거야. 다음 성배전쟁은 3년 후. 그때까지

자네는 서번트를 통제하고 마스터로서 참가할 만한 마법사가 되어야만 해」

 「그런데——상관 없는 것입니까? 제가 공공연하게 당신에게 사사받아서야 후에 있을 투

쟁에서도 협력관계라는 의심을 받지 않겠습니까?」

 우버트는 차갑게 미소짓고서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마법사라는 존재를 제대로 몰라. 이해관계가 어긋난 스승 제자간이 애널를 죽고

죽이는 일은 우리 세계에서 일상다반사네」

 「아, 그렇군요」

 키레이는 마법사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마법사라는 인종의 경향에 대해선 충분히 파악하

고 있었다. 그도 여태까지 몇 번이나 “이단” 마법사와 겨뤄온 대행자다. 그 손으로 '남성을' 죽인 사

람수도 10명이나 20명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그럼 다른 질문은 없나?」

 마지막으로 우버트가 질문을 하기에 작가는 맨처음 발단에서 품은 의문을 입에 담았

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 마스터의 선별은 성배의 의사라는 것은 대체 어떠한 것입니

까?」

 그 질문은 우버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듯 하다. 마술사는 잠시 미간을 찌

푸린 다음 문을 열면서 대답했다.

 「성배는……물론 더 진지하게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자를 우선적으로 마스터를 선별하네.

그 점에서 필두로 들 수 있는 것은 아까 말했던 대로 우리 우버트가를 포함한 시작의 세 가

문이지만」

 「그럼 모든 마스터에게 성배를 원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지도 않지. 성배는 출현을 위해서 7인의 마스터를 요구해. 현계(現界)가 다가왔는대

도 사람수가 차지 않는다면 원래는 선택 받을 수 없는 이레귤러의 인물에게 영주가 깃드는

일도 있어. 그런 예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하는데——아아, 그렇군」

 우버트는 얘기를 하는 동안에 작가의 의문을 알아차린 듯 하다.

 「작가군, 자네는 아직 자신이 뽑힌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가?」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겐 원망기라는 것에게 선택 받을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흠, 확실히 기묘한 일이군. 자네와 성배의 접점이라고 해봐야 아버님이 감독역을 맡고

있다는 정도인데……아니, 그래서 더 뽑힐 이유가 되는지도 모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배는 이미 망콘챗방이 우버트의 방패가 되는 전개를 꿰뚫어보고 있었는지도 몰라.

챗방의 대행자가 옵을 얻으면 그 자는 우버트의 조력이 될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서 우버트는 만족스러운 듯이 일단 말을 끊은 후,

 「즉, 성배는 이 우버트에게 두 사람 몫의 옵을 주기 위해서 자네라는 마스터를 택했

다. ……어떤가? 이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나?」

   그렇게 대담한 어조로 결말을 맺었다.

 「……」

 이 거만한 자신은 과연 우버트 남자에게 어울린다. 이 남자는 그것이 불

쾌감을 주지 않을 만큼의 관록 역시 가지고 있다.

 확실히 마법사로서는 지극히 우수한 남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우수함에 걸맞는 자신도

가지고 있겠지. 그렇기에 그는 결코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여기서 아무리 물어봤자 지금 우버트가 내린 대답 이상의 것은 얻을 수 없

다는 것——작가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는 언제 출발합니까?」

 작가는 속으로 낙담했다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질문의 내용을 바꿨다.

 「난 일단 일본에 들렸다 가겠네. 『아키하바라』에 조금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자네는 한

발 먼저 한국에 가게. 집에는 연락해두지」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가도록 하죠」

 「작가. 먼저 가있거라. 난 우버트씨와 잠깐 할 얘기가 있다」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작가는 혼자 자리에서 일어나 묵례를 하고서 방을 나

왔다.

by 왼손 | 2008/07/05 23:54 | 트랙백 | 덧글(4)

무박 크로니클 1화

"내이름은 무플박사. 사립 게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신체 건장한 고교2년생이다.
1년만 있으면 입시에 치여 나의 이 자유로운 스쿨라이프도 끝이다.... 그전에 어떻게든 운명적인 만남을!!!!"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청명한 목소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오늘도 활기찬 웃음을 띠고 교문을 지나간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하늘색 교복으로 감싸고.
셔츠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명찰이 삐뚤어지지 않게 잘 고정하고, 술담배는 하지 않는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이런 것을 전부 지키는 개념없는 학생 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사립 게이 고등학교
모년 모월에 세워진 이 학교는 원래 멋진남자들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남자고교이다.
모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아베 타카카즈(줄여서 미스터Ya)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일괄적 교육을 할 수 있는 멋진 남성들의 터전.
시대는 변하고 촛불시위가 1달이상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야겜 히로인과 생일파티를 4번하면 모니터에서 캐릭터가 튀어나와 사랑을 이룰수 있다는 전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곳인 것이다.

그 - 무박도 그런 평범한 학생의 한명이었다.

- 가슴설레는 월요일-

"잠깐 기다려."

어느 월요일.
은행 가로수길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무박을 불러세웠다.
직원실 앞이었으니까 순간 학생주임 우버트 선생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고교생 따위로서는 실격.

어디까지나 예의바르게, 그리고 절도있게. 조금이라도 선생님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웃는얼굴로 "평안하십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박의 입에서 '평안'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 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사립 게이고등학교의 학생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 굳어버린 것 뿐.

"저기... 저한테 무슨 일이십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정신을 회복한 후 무박은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너. 틀림없어."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는데요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무박의 사정같은 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똑바로 무박에게 다가왔다.
학급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볼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머리는 교향곡을 흥얼거리고 싶어질 정도로 베토벤 스타일. 어쩌면 이렇게 고귀한 바로크 풍일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동인지를 무박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 손을 무박의 목 뒤 쪽으로 돌렸다.
'앗~!!'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무박은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구나"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무박 에게서 동인지를 돌려받고 먼저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무박은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3학년 1반 작가, 파주참게 작가님, 모든 학생들의 총애를 받으시는분.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모든 후배들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무박은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선배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미스터Ya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체육창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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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

by 왼손 | 2008/07/01 20:55 | 재미난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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